왜 돈되는 일만 해야해?

며칠동안 너무 정신이 없었습니다. 일도 많이 밀렸고 성과도 별로 없고....... 그런 가운데 마음만 바쁘다보니 정말 정신이 없더군요. 사무실에 멍하게 앉아 있으면 아스트럴계에 나와 있는 느낌입니다. 내가 내가 아니고 여기가 내 사무실이 아닌 느낌....
 
전 투좝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느 것도 돈되는 일과는 무관 한 일들이랍니다. 제 첫번째 직업은 사회복지법인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입니다. 상담이 주 업무지만 울나라 복지일이라는 것이 다 그렇듯 온갖 잡무에 시달리는 중입니다.
 
두번째 잡은 언론입니다. 언론이라고 이야기하니 상당히 거창해 보이지만 친구 두명 선배 한명과 대구에서 자그마한 문화무가지를 만들고 있는 것이 전부입니다. 아, 홈페이지도 하나 운영하고 있네요. 무가지 이름은 문화신문 [안]입니다.
 
<이번달 발행한 문화신문 안 16호.... 표지... 심스토리는 욕이랍니다..^^;;>
 
문학을 공부하다가 만난 두 친구와 의기투합해 팔자에 없는 언론일에 뛰어들게 되었답니다. 친구 중 한명이 뱅쿠버에서 공부하다 왔는데 뱅쿠버생활에 벗이 되어준 문화공연무가지 죠지아 스트레이트라는 잡지를 보고 대구에서 꼭 이런거 한번 만들어야 겠다면서 하자고 했죠. 언제나 현실감각없는 나랑 또 다른 친구 한명은 어, 재미있겠다 한번 해보자...이러고 시작했답니다. 그게 벌써 재 작년 1월달 일이군요....세월 참 빠르다....ㅠ.ㅠ
 
딴에는 소비도시 대구, 술과 여관만 있는 도시 대구, 문화가 없는 도시 대구를 바꾸자..라는 거창한 캐치프레이즈를 생각하기는 했지만 진짜는 "재미있겠다"가 전부였습니다. 그거 만들면 재미있겠다...... 
 
그런데 역시나 문제는 현실의 장벽,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자본의 논리라는 것이더군요. 자본금 없는 젊은 애들(난 아직 젊다구욧!!!-_-)이 만드는 잡지가, 그것도 문화(대구에서 문화정보지 만든다고 하니 사업하는 내 친구는 미쳤다고 하더군요)에 관련된 무가지가 돈을 벌 수있다고는 애초에 생각도 안했지만(조금은 했습니다...우리 부자되는거 아냐? 그러면서..ㅎㅎ)그래도 부딪치는 자본의 논리는 냉엄하더군요.
 
어쨌거나 우리는 지금까지 버텨왔답니다. 그런데 새해부터는 모든 면을 올 칼라로 가보자고하고 인쇄단가를 맞추어 보았습니다. 지금 단가도 힘든데 이렇게 하면 정말 답이 안나오더군요. 그래서 이리 저리 아는 사람을 찾아보니 대학원에서 4년 전에 교수님 댁에서 만났던 대학원 후배(나이는 저보다 많으시지만..^^)님이 인쇄소 사장님이라던 것이 생각 났습니다.
 
무조건 전화했습니다. 이런 저런 일한다..좀 도와 줄 수 없겠느냐.... 그러자 그 사장님께서는 호쾌히 오라고 하시더군요. 친구 두명과 얼른 얼른 달려갔습니다. 그 사장님은 정말 도와주시기 위해 최대한 단가를 낮추어 주셨습니다. 그리고 심지어 다른 인쇄소의 단가를 낮추어도 주시겠다고도 하셨습니다.(이 자리를 빌어 사장님께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워낙에 경황이 없어서 고맙다는 인사도 제대로 못했군요... 권 사장님...정말 고맙습니다..)
 
그러면서 제게 이런 말을 하시더군요. 안그래도 돈 안되는 복지일을 하시면서 왜 또 돈 안되는 일을 벌이세요.... 돈 좀 되는 일을 하셔야 될 거 아니에요....
 
농담반, 진담 반의 말투로, 눈에는 조금 걱정스러운 빛을 띄위시며 하시던 사장님의 말을 들으며 전 이렇게 답했습니다. 웃으면서, 친구 잘 못두어서 꼬임에 빠진거지요...ㅎㅎㅎ
 
그런데 사무실에 돌아와 잠시 아스트랄계에 빠진 상태에서 난 자신에게 물어보았죠. 지토야, 넌 왜 도대체 돈 안되는 일만 하는거야. 이제 가장이고 아이가 두명이나 있는데 정신 못차리는 거야?
 
그러자 내 속에 내가 답하더군요. 재밌잖아. 돈 벌려고 하는 일은 재미가 없잖아. 안그래 지토야? 재미없는 일 하면서 니 짧은 생을 다 보내려고 그러니? 힘들고 어렵고 고생하고...그게 재미 아니니? 너 지금 행복하잖아. 행복하다는 것이 기쁘고 즐거운 감정이 아니라는 건 잘 알잖아. 너 사회에 처음 나와서 돈과 물질만을 위해 사는 사람의 삶을 보고 느낀 그 답답한, 숨막힐듯한 감정을 기억해봐. 넌 그런 삶을 불쌍하다고 동정했잖아. 게다가 넌 그렇게 살 놈이 못되잖아....안그래? 이 말썽꾸러기 지토야?
 
웬지 눈물이 한방울 흐르더군요. 아니요, 슬퍼서 흘린 눈물은 절대로 아니랍니다. 저, 나름대로 쿨한 놈이거든요. 그냥 뭐라고 설명하기는 힘든 감정인데 가슴이 뜨거워지면서 눈물이 한방울 흐르더군요. 기쁜것도 같고 행복한 것도 같은 데 눈에서는 눈물이 나는 이상한 체험. 그 짧은 순간에 고생하는 아내, 말썽꾸러기 우리 애기 두명, 뭐 별별 상념이 다 스치고 지나가더군요. 한 1초정도되는 시간에 몇달치의 생각이 휘리릭 지나가는 느낌이었어요.
 
흠..그런데 왜 이글을 쓰냐구요? 모르겠어요. 오늘 대충 일마치고 회식했는데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셨나봐요. 잠이 오지 않고...... 그리고 글을 써야 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미루어둔 글을 하나 올렸는데 그래도 글을 쓰고 싶어서 이렇게 끄적여 봅니다.
 
요지는 이런 겁니다. 재미있는 일을 하자...... 그게 뭐든, 어떤 일이든...내 가슴이 뜨거워지는 일을 하며 살자...... 뻔한 이야기군요.... 그래도, 오늘 커피를 잔뜩 마셔서 그런지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네요.
 
여러분들, 모든 크리스마스에 악몽을!(ㅎㅎㅎ 지난해 12월 우리 문화신문 [안]의 심스토리가 크리스마스의 악몽이었답니다... 팀버튼의 영화와는 관련없이...크리스마스를 악몽으로 풀어서 실컷 떠든 이야기들이었죠...^^;;)

by 코지토 | 2004/12/23 02:55 | 공동체와 자본주의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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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minue622 at 2009/02/13 01:30
본문과는 약간 동떨어진 얘기일지 모르겠지만, 혹시 '지역 통화(Lets)'라고 들어보셨는지요? 제가 요새 거기에 약간 호기심을 느껴서 가라타니 고진과 NAM(New Association movment)를 같이한 니시베 마코토가 2000년에 행한 Lets 강연문을 번역 중인데요, 마무리되면 코지토님의 의견도 한번 듣고 싶습니다.

참고로 NAM은 실패(고진의 표현에 의하면 '중단')했습니다.
Commented by 코지토 at 2009/02/13 01:40
아니요. 요즘 제가 격무에 시달리느라 거의 세상 일에 관심을 두지 못합니다...ㅠ.ㅠ

번역 완성되면 꼭 보여주셨으면 합니다. ^^

참고로... 우리들의 저 무모한 프로젝트도 4년까지 가다가 5년째에는 문닫고 말았습니다..ㅠ.ㅠ
우리들 끼리는 발전적 해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냥 망한거죠...^^;;

사장에 앉혔던 여자 친구는 서울의 문화전문지에 스카웃되었고, 다른 친구들은 기획디자인팀만 독립시켜서 운영중이고.... 전... 일반 영리회사에 스카웃되어서.. 열심히... 격무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저 지금 방금 퇴근했어요...ㅠ.ㅠ
Commented by minue622 at 2009/02/13 17:59

LETS에 대한 니시베 마코토의 강연을 스켈렙에 올렸습니다.
매끄럽지 못한 문장이지만, 니시베가 생각하는 것의 대강은 파악할 수 있을겁니다.

http://www.skepticalleft.com/bbs/board.php?bo_table=01_main_square
Commented by 지나가다 at 2009/02/26 02:33
대구에 태어나서 서울서 일하고 살다가 오니까 갑자기 왜 이리 할일이 없던지요
교보문고 갔다가 안을 발견하고 이야 대구에도 이런게 있네 신기함에 기뻐하던게 기억납니다 이거 망하면 안되니까 후원금도 꼭 입금해야지 해야지 속으로 되뇌이다 시간에 쫓기고 기억에 한켠에 밀려 결국 공염불이 되고 말았네요. 폐간되어서 너무 섭섭하네요 ㅠㅠ
Commented by 빡나 at 2009/06/16 20:58
사회복지사와 언론일의 양립이 잘 이루어지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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