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4월 24일
그림자 살인-재미 있을 뻔 했는데....

며칠전에 모처럼 영화한편을 봤다. 황정민이라는 배우에게 이끌려서. 제목은 그림자 살인.
결말부터 이야기하자면, 재미있을 뻔 했지만, 결국 재미없어서 아쉬운 영화.
황정민의 연기는 괜찮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캐릭터 자체가 별로 생생하지 못해서 그의 연기 역시 별다른 빛을 발하진 못한다.
이 시나리오를 쓴 사람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황정민이 연기한 홍진호라는 캐릭터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고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나름 화려했던 과거를 뒤로 하고 뒷 골목에서 B급 인생을 사는 낙천적이고 용감한 전직 호위무사.
어디서 많이 본듯한 인물이다. 미국 펄프픽션과 르와르에서 창조되어서 만화 괴도루팡 등에서 변조되었으며 카우보이비밥에서 다시 새롭게 맥을 이었던 족보있는 캐릭터 아닌가.
그러나 홍진호는 결코 그런 인물이 아니다.
화려한 과거를 왜 접었는지 영화는 설명하지 않으며, 마냥 낙천적이고 웃길 뿐이지 우수나 허무주의를 담은 눈빛과 그늘은 내비치지 않는다. 게다가 과거에 한 가락 날렸다면 나름 뭔가 뛰어난 구석을 보여줄만도 한 데, 남보다 뛰어난 면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아, 남보다 뛰어난 면이 있기는 있다. 소품 활용능력. 007씨리즈의 Q의 역할을 하는 사대부집 과부, 그녀의 시대를 앞서간 엔지니어 테크닉은놀라운 신형기기를 제작하고 홍진호에게 하사하신다. 남들은 뭔지도 모를 만한 그 신형 기기를 다룰 수 있다는 것만으로 그의 능력은 일반인보다 출중하다. 그런데 그게 어디 홍진호의 능력일까? 시대를 앞서가는 있음직하지 않는 사대부집 과부님의 능력이지. 이 양반은 저 마나님 없었다면 어떻게 사립탐정짓을 할 생각이나 했을까. 그저 마나님의 능력에 탐복할 뿐이다.
시나리오는 캐릭터 말고도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게다가 캐릭터의 매력조차 없으니 재미가 있을 수가 없다. 좋았던 것은 오로지 설정 뿐이다. 괜찮은 아이디어-경성의 뒷 거리를 주름 잡는 펄프픽션풍의 쾌활한 사립탐정-지만 그 아이디어를 살려나갈 힘은 전혀 없다.
마지막으로.....
경성의 뒷 골목에서 허무가 담긴 웃음을 머금고 신학문이 제공하는 기기를 다루는 르와르풍의 주인공에게 고종황체는 어떤 인물일까? 그가 하사하는 심부름 하나가 허공을 향해 고함을 지르며 날뛸만큼 큰 영광을 느끼는 뒷골목의 탐정이라. 나라를 누가 망치고 있는데.
게다가 일본애들은 의대교수부터 총독까지 왜 늘 스테레오타이프의 악당으로 그려질까? 이제 이런 값싼 민족주의 팔아서 흥행에 보탬을 해 보겠다는 얄팍한 생각은 버릴 때가 한참 지나지 않았나?
<놈,놈,놈>이 가진 유일한 미덕이 그나마 싸구려 민족주의풍 감상주의는 약간 비켜나가 있다는 거 아닐까? <그림자 살인>은 <놈놈놈>이 가진 몇 가지 미덕을 전혀 가지지 못했다.
재미있을 뻔 하다가 망쳐버린 60점짜리 영화.
P.S. 이 영화가 잘 살릴 뻔 하다가 망쳐버린 캐릭터가 한 두 개가 아니지만 또 안타까운 캐릭터는 순사부장으로 나오는 오달수다. 완전한 코믹 캐릭터로서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데 결국에는 이 코믹캐릭터를 천하에 둘도 없는 변태악당으로 만들어 버린다. 세상에나, 셜록 홈즈씨리즈의 멍청한 경감이 갑자기 악역으로 나타나면 누가 재미있게 보겠나.
P.S. 2 미스테리는 중반 가면 쉽게 풀려 버린다. 게다가 그 수수께끼를 푸는데 홍진호는 별로 기여한 것도 없다. 이 영화의 미스테리는 그저 악당 일본인을 처벌하기 위한 장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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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9/04/24 00:35 | 영화풀이 | 트랙백(1)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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